[천왕봉]방탄소년단

정승재 (논설위원)

2021-09-27     경남일보
영어의 몸 5년째, 탄핵 당한 대통령의 소속정당 대선 중앙선대위서 수개월간 상근하면서 겪은 일이다. 투표 하루 전인 2012년 12월 17일 밤에 있을 서울 광화문 마지막 유세를 기획하면서 가수 이미자님께 유세장에서의 애국가 독창을 청했다. 대중가수의 정치참여를 우려하면서 당초 거절하였다. 떼쓰듯 몇 번을 읍소했다. 후보의 모친인 고 육영수여사와의 연분을 상기하면서 기꺼이 응낙하였다.

▶방탄소년단(BTS), 지금 지구상 최고급 대중인기 그룹이다. 한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 BTS가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유엔총회에 연설하는 등 세계 정치무대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시련을 이겨낸 세계 청년에 대한 위로 메시지를 전한 위업으로 인정받을 만 하다. 국가의 위상을 높인 헌신이다.

▶하지만 배치된 시선 또한 왜 없겠는가. 수년간 짜여진 대중 연예인의 공연스케줄 절취가 불가피한 정치이벤트에 꼭 참여시켜야 했을까. 영부인의 미술관 참관에 까지 동행케 한 일정이 온당만 할까. 권력의 끗발로 불러서 갔겠지만 국가와 정부나 정권개념이 혼재됐을 것이다. 애국과 아세(阿世)의 간극 말이다.

▶물음이 생긴다. 정권을 쥔 대통령의 인기 구가가 왜 필요할까? 못할게 없지만 자제하는 게 스스로에게 유리하며 합당하다. 정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의 이전투구와 사생결단, 그 이치와 비할게 못된다. 영하 7도 혹한의 그날 밤, 대기실은 커녕 개인기업 1층 화장실서 무대복으로 환복한 이미자님에 대한 무례가 지금도 가슴을 푹푹 쑤신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