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호부호자(虎父虎子) vs 견부견자(犬父犬子)

정영효 (논설위원)

2021-09-29     경남일보
삼국지연의에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와 ‘호부견자(虎父犬子)’란 말이 있다. 호부무견자는 유비가 관우의 아들 관흥과 장비의 아들 장포가 아비를 닮아 훌륭한 장수가 되자, ‘호랑이 아비 밑에는 개 같은 아들이 없다’며 아우들과 조카들을 칭찬한데서 유래됐다. 뛰어난 아비 밑에는 뛰어난 아들이 있다는 ‘호부호자(虎父虎子)’와 같은 의미다.

▶반면 호부견자는 ‘호랑이 아비에게 개 같은 아들’이 나타나면 그 아들을 비꼬거나 조롱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훌륭하고 뛰어난 아비를 두었으나 못난 자식이 아비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망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유비가 촉나라를 세웠으나 그 나라를 주색과 무능으로 망쳐버린 우매한 그의 아들 유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못난 아비와 아들을 일컫는 ‘견부견자(犬父犬子)’라는 말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호부호자가 많았던 나라는 흥했고, 견부견자들이 득세했던 나라는 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견부견자들이 크게 득세했던 때가 있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였다. 당시 견부견자들은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었다. 이후 호부호자들이 많이 나온 덕분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들어서 견부견자들이 득세하는 것 같다. 이들 위세가 110여년 전 견부견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에 촉나라 유선과 같은 부류들이 너무 많다. 견부견자가 많아지면 나라는 망한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그 어느 때 보다 위태하고, 불안해 보인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