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산물 유통에 접목되는 블록체인 기술

이현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2021-10-07     경남일보


얼마 전 농산물 유통혁신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집에서 언택트 소비가 주류가 되고 있지만, 필자는 일주일에 직접 한번은 대형마트에서 농산물 구입을 하고 있다. 농산물 언택트 소비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일부 원산지 조작처럼, 구입하는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 유통되어 최종 소비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런 연유로 농산물 언택트 소비가 쉽지 않은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0명중 1명이 매년 오염된 먹거리로 질병을 앓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은 흔히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만 주로 이용된다고 알고 있지만, 이를 유통에 활용하면 생산, 소비까지 모든 거래 참여자가 관련정보를 공유하여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즉,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농산물이 어디에서 생산되어 소비하게 되는지 한눈에 확인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블록체인의 유통에 가장 최적화되고 핵심적인 기능인 추적가능성(traceability)이다.

2018년 미국, 캐나다에서 2명이나 숨진 ‘로메인 상추사건’의 경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감염 상추를 회수하려고 했으나 유통과정 추적이 불가능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관련 유통업체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유통회사들은 푸드체인(Food Chain)이라는 블록체인을 농산물 생산에서 소비 전 과정의 이력정보를 표준화한 시스템 적용으로 추적에 7일에서 2초로 단축시키는 기술로 발전시켰다.

얼마 전 국내에서 대기업 유통회사와 지방 사과유통센터에서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확인 가능하도록 판매하는 사과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소식은 본격적으로 우리 실생활에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농산물 대상으로는 국내처음이다. 이처럼 투명하게 제공되는 농산물의 생산, 유통정보는 생산자인 농민을 신뢰하는 토대가 되어 우수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게 되고, 블록체인을 통해 축적된 정보로 수급을 예측하여 재배물량 조절을 통해 농가 소득에도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본격적인 농산물 유통 적용은 안전성을 월등히 높이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로 힘겨워하는 우리 농업에 IT시대의 새로운 산물인 블록체인 시스템이 농산물 유통, 소비활성화에 새로운 한 획을 긋길 기대해 본다.

이현도 농협 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