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38] 범법구역 (김유석 시인)

2021-10-07     경남일보


잘못 든 길보다 위험하다.

넘느냐 마느냐,

이런 식의 갈등 끝에

사마귀는 간단히 ‘마귀’가 된다.

-김유석 시인의 ‘범법구역’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생(生)하도록 하는 일이 삶이며, 그러한 방향으로 살기 위하여 천·지 간의 기운을 살피고 학습하는 일이 사람의 길이다. 이렇게 ‘존재한다’라는 것은 선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 선을 생의 전경으로 가시화하는 노력이 주체적일 때를 말한다. 악을 양산하는 존재는 ‘살아가는’이란 현재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본시 선악의 개념은 구분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본다면 마귀나 악마는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다. 악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선, 그 자리에 들어찬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저 사마귀도, 연쇄 살인범 누구누구도, 정치인 누구누구도 사회 법구역을 거듭거듭 범하다 된 일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