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62) 강/감태준

2021-10-11     경남일보
쉬지 않는 것이 강이다.

떠나면 이어서 오고 떠나면 이어서 온다.

우리 곁에서 서러워하는 절망의 끝이 저 강에 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눈물의 뿌리가 저 강에 있다.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버스는 날마다 사람을 실어내고,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우리를 닮은 아이들이 저 강에 놀고 있다.

 


눈물에는 많은 서러운 사람이 살아요. 서러운 것들은 이어서 오는 습성이 있어 그곳에 발을 디디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하여도 서러운 것은 서러운 것끼리 연대하며 서로를 보듬어요. 그렇다고 세상 일이 서러운 것에 의존하고 살 일은 아니겠지요. 절망의 끝이 강에 뿌리를 내려도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니까요. 눈물에는 많은 서러운 사람이 살지만 그것을 묻고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절망의 밑바닥에는 세상은 무상한 것이며 사람은 언젠가 각자의 길을 혼자 갈 존재라는 허무주의가 숨어 있어요. 강물은 한결같이 흘러 생을 젖게 하네요 그것이 자주 쓸쓸함을 동반하지만요. 그럼에도 우리를 닮은 아이들이 저 강에 놀고 있어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지만 버스는 날마다 사람을 실어내고요. 모든 게 꿈속 같아서, 한없이 아득해서, 불투명한 현실과 신비스러운 미래를 동시에 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요. 아이들은 미래를 꿈꾸는 존재이지요.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고요. 찬란한 슬픔의 미래가 저 강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통해 말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