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개고기

정승재 (논설위원)

2021-10-14     경남일보
한번도 먹지 않았다.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냥 안 먹고 싶을 따름이다. 보신탕으로 불리는 개고기 말이다. 집에 반려동물이 없다. 향후의 계획도 없다. 반려, 한 두 마리 동물과 생활하지 않으면 마치 정서적 결함이 있는 것 같은 트렌드에 공감하지 않을 뿐이다.

▶개고기 논쟁이 뜨겁다. 얼마전 대통령의 식용금지 관련 화두가 전기가 됐지만, 그 논박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관련 법률의 유권해석도 찬반 진영의 견강부회를 심화시키는 빌미가 된다. 축산법상의 가축에 대한 정의는 개가 포함되어 있고, 도살과 유통을 한정한 가축물위생관리법에는 개를 그 범위에 넣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식용이 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징한 불법 또한 아닌 것을 말한다.

▶얼마전, 우연히 공영방송 KBS가 마련한 토론회를 접했다. 식용금지를 주장하는 3명의 패널을 스튜디오에 앉히고 그 당위를 전했다. 반면, 식용허용을 주장하는 1명의 패널은 전화로 연결하여 그 논지를 듣게 했다. 토론방식의 생명은 공정이다. 그 불공정에 대한 괜한 심사가 뒤틀렸다.

▶철학적 인본주의를 들먹일 것도 없이, 누가 뭐래도 세상의 영장(靈長)은 인간이다. 동물과 반려하는 생활인의 욕구도 충분히 소중하다. 하지만, 동물의 생명을 사람의 그것과 동일선상에 놓을 일은 아니다. 식용의 선택적 자유를 유지해 온 고유한 문화적 배경도 뭉갤 일 역시 아니다.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억압을 떠올리게 한다. 유난히 큰 눈을 가진 소, 그리고 돼지나 닭, 오리도 눈물이 있다.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