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현(現) 시대에서 ‘이웃 사촌’의 의미

서지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1-10-14     경남일보

 

코로나 유행으로 집-콕하는 분들이 많아져서인지,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잊혀질만하면 뉴스로 나온다. 20년 가까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들 둘이 어릴 때는 층간소음으로 아랫집에 누가 될까봐 인사하고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큰아들은 지금도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 다닌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랫집에는 10년 선배님이 살고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더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중학생 조카와 초등학생 고학년이었던 아들이 몸으로 장난치다가 넘어지고 뛰고 하면서 쿵쿵 거리면서 엄청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으로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큰아들이 직접 말씀드렸었다.

그 이후로 우리가족 모두 좀 더 조심하자고 이야기 했었다. 10년 넘게 한곳에 살고 있으니 아파트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들은 서로 인사를 잘 하고 지낸다. 앞집에 사시는 어르신은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알고계신 분이시고, 우리 집 대문이 닫히지 않으면 닫아주시고, 음식도 나누어 주신다. 손자손녀가 놀러오면 인사도 참 잘한다.

아랫집에 선배님 댁 자녀들도 훌쩍 성인이 되어서 군대도 다녀오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다. 우리 집 아들들도 성인이 되었다. 최근 윗집이 이사를 왔지만 이전만큼 알고 지내지는 않다. 점차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면, 사생활 침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할까... 곰곰 생각해 보면, 차도 없고, 전화도 없던 먼 과거에는 멀리 사는 친척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과 더 잘 지냈을 것 같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옛날 어른들이 옆집 사람과 친하다는 말을 ‘그 집 밥그릇과 숟가락 개수를 다 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텔레비전이 드문 시기에, 드라마나 뉴스를 하는 시간이면 집 마당에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먹을 것을 나누어 먹으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환호하기도 했었다. 동네 아줌마들 따라 가족끼리 함께 놀러 다니기도 하고, 다투기도 했었고, 숨바꼭질이나 단방구 같은 놀이를 하면 이웃집 구석구석에 숨었던 기억도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끈끈한 그 시절에는 앞집에 언니, 뒷집에 오빠, 동생 등 온동네 사람들이 언니, 오빠, 동생으로 넘쳐났었다.

이웃사촌으로 지내면 우리가 화낼 일도 조금은 참게 되지 않을까 한다. 살고 있는 집 주변에 누가 사는지는 잘 몰라도 자주 마주친다면 인사라도 나누면서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서지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