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언어의 품격

2021-10-17     정만석
사용하는 말이나 언어는 곧 그 사람의 수준을 나타낸다. 잠깐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상종하기 싫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모두 언어의 품격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말은 남 앞에 자화상을 그려놓은 것이다’라고 했다.

▶언어의 품격이란 말이 옛말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상품 마케팅에 사용되는 처음시작이란 의미의 ‘시발’은 그냥 웃어넘길수 있다. SNS상에서 1분 1초를 다투면서 누가 더 비정한 말을 내뱉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네티즌들을 보면 요지경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격없는 막말들은 울화통을 치밀게 한다.

▶사회지도층들의 언어 표현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도자는 언어와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지도자의 입에서 범죄자의 말투가 나오거나 저질적인 행동을 보이면 국민들은 실망한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배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처세의 달인 후당(後唐)의 재상 풍도(馮道·882~954)가 쓴 ‘설시(舌詩)’에는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신상이 편하리라’고 했다. 혀를 잘못 놀리면 패가망신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정만석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