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10월 한파

2021-10-18     경남일보
지난 주말 불어닥친 한파는 역대급이었다. 1957년 10월 19일 영하 0,4도를 기록한 이래 64년만에 10월 한파가 들이닥친 것이다. 서울과 강원 등 중부지방에선 패딩 차림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단풍철 한파, 북쪽의 한랭전선이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라 한다.

▶이를 예감이나 한 듯 지리산 아래 함양 마천에선 재래식 방식의 다랑이 논 타작이 있었다고 한다. 낫으로 나락을 베고 단을 만들어 홍롱이와 홀태로 벼훑기를 하는 그야말로 옛 방식의 추수였다. 많은 일손이 필요해 엄두가 안났지만 군수가 나서고 일손이 따라와 큰 손을 덜게 된 것. 이른 한파로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농가의 부르짖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10월 한파는 농삿일에 치명적이다. 다 익은 과수에 냉해가 들면 일년 농사를 망친다. 마지막 햇살을 더해 한껏 단맛을 가두는 즈음이어서 맛과 상품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낙과와 동해에 병충해까지 겹쳐 농부의 수고로움을 허사로 만든다. 밭작물도 염려스럽다. 일부 농가에선 이번 한파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리산 단풍이 다음주에는 절정을 이룰 것이라 한다. 예년보다 곱고 화려한 단풍을 예고하고 있지만 불청객 10월 한파가 원망스럽다. 겨울을 예비하라는 신호여서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우리의 가을은 수확에 감사하고 1년 간의 삶을 뒤돌아 보며 한해를 정리하는 계절이다. 감사는 불우한 이웃을 돌보고 봉사하고 나누는 인보정신의 표현이다. 지금이 그 즈음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