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고양이와 쥐

2021-10-20     경남일보
고양이는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친근한 관계였다. 쥐의 천적답게 악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처럼 평가받아 왔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같이 유용한 동물의 대명사다. 쓰임새가 유용한데다 용맹스런 생김새에 귀여움까지 갖췄으니 인간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동물이다.

▶다산 정약용은 200년 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해 354자 분량의 ‘이노행’이라는 우화시 한 편을 남겼다. 등장인물 중 남산골의 늙은이는 백성, 쥐는 도둑, 고양이는 도둑을 잡는 포도군관으로 우화했다. 도둑을 잡아야 할 포도군관이 도둑의 뒷배가 되어 고양이와 쥐가 이른바 ‘깐부’가 되는 세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고양이와 야합한 쥐는 고양이를 호위하면서 북치고 나발 불며 대장기까지 높이 들고 앞잡이가 된다. 고양이는 거드름 피우면서 큰 가마를 타고 쥐들이 굽신 거리는 것을 즐겼다.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해지고 피골이 상접해진다. 다산이 볼 때 위정자란 ‘좀도둑인 쥐보다 더 흉악한 도둑고양이’ 같은 존재였다.

▶대선 정국에 고양이와 쥐가 소환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감에서 야당의 ‘대장동’ 공세를 받아치고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며 “쥐를 잡을 때”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 후보를 도둑고양이에 빗대 “붉은 활로 쏴 잡겠다”고 일갈했다. 대장동 의혹이 ‘태산명동서일필’인지, 흉악한 도둑고양이의 행각인지 지켜 볼 일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