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K-로켓 어벤저스

정영효 (논설위원)

2021-10-21     경남일보
10월 21일은 우리나라 우주항공개발 역사에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우주로 첫 걸음을 뗀 날이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 단계를 완료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는 중대형 발사체로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자력 발사국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K-로켓 어벤저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해 한화·현대중공업 등 국내 300여개 기업들이다. 누리호는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 300여 곳이 2010년부터 힘을 모아 만든 합작품이다. 국내 민간 방위산업 기술력 30년 역사의 집약체다.

▶KAI는 사업을 총괄하면서 발사체의 기본이자 최대 난제인 1단 추진체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제작했다. 한화는 75t급 액체로켓 엔진과 터보펌프, 추진기관, 배관조합체, 구동장치를 제작했다. 시험 설비 구축에도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상 발사대와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컬 타워를 제작했다. 이 밖에도 유콘시스템·카프마이크로·에스엔에이치·두원중공업·한양이엔지 등 나머지 기업들도 누리호의 크고 작은 사업을 맡았다.

▶우리나라가 ‘뉴 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들 기업들의 공로다. 2010년에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이날 발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로호 개발에 역량이 집중되는 바람에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예산 투입이 지지부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낸 ‘K-로켓 어벤저스’가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