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넷제로(Net-zero)와 이념적 도그마

2021-10-24     이홍구
넷제로(Net-zero)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지구 환경개선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제로화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탄소중립이 이미 배출한 탄소를 줄이는 것에 방점을 둔다면, 넷제로는 아예 처음부터 탄소 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하는 용어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을 100% 줄이는 ‘넷제로’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최종 확정했다. 현재 넷제로를 선언한 국가는 120개를 넘었다.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기후변화에 인류가 공동대응해야한다는 명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넷제로 목표달성을 위해 지불해야할 천문학적 비용이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야 하지만 지형적 조건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철강, 화학, 정유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비중도 높다. 산업계는 넷제로 과속 추진에 따른 기업 부담과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등 국민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헤아리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는 넷제로 달성에 쏟아 부어야 할 비용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선 넷제로 달성과 신재생 에너지의 비싼 비용을 감안하여 원자력발전 확대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기후 위기를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의 중심에 두겠다는 미국은 ‘소형 모듈 원전(SMR)’을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최근 국회에서 “원전없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넷제로가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이념적 도그마인 ‘탈원전’이라는 걸림돌부터 걷어내야 한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