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자책골 버저비터

정재모 (논설위원)

2021-10-26     경남일보
농구 경기 쿼터 종료 경적이 울리기 직전 성공하는 슛이 ‘버저비터(buzzer beater)’다. 엄밀히 말하면 골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종료 시점의 슛을 뜻하지만 대개 골인된 경우 쓰는 말이다. 버저는 소리 장치이고 비터는 두드리는 사람이다. 두 단어를 합쳤으니 버저를 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겠다.

▶4쿼터 종료 신호 직전의 버저비터는 관중을 열광시킨다. 동점이거나 1~2점 뒤질 때 마지막 순간 승부를 바꿔버리는 골! 야구의 9회 말 역전 끝내기 점수와 축구 경기 종료 휘슬 직전 희비를 가르는 골도 있지만 농구의 버저비터가 더 짜릿하다. 이처럼 스포츠 게임에는 각본 없는 역전 드라마가 있어 관중을 열광케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이 비극의 필수 요소로 꼽은 ‘반전’도 바로 이 묘미이리라.

▶버저비터는 정치판에도 가끔 터진다. 특히 요즘의 말 싸움(토론)에서 음양의 상호 변환을 종종 본다. 대장동 게이트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공격을 잘 피하다가 자책골 버저비터를 날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는 경기도 국감에서 구속된 유동규란 이가 체포되기 직전 음독했다더라고 밝혔다. 이걸 두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한 라디오 프로에서그렇게 주장한 것.

▶언론 보도도 없었고, 측근도 아니라면서 음독 사실을 알았다는 게 수상쩍다는 거다. 감사 종료 직전에 날린 ‘자책골 버저비터’라는 말이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 전 지사를 집중 공략했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그런 차에 이재명 스스로 감사 종료 순간에 터뜨려 준 대특종이란 거다. 과연 놀라운 자책골 버저비터가 될지 공방의 결말이 궁금하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