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보통사람

한중기 (논설위원)

2021-10-27     경남일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영욕의 삶을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다. 이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함께 1980년 대 격동의 한국 정치를 상징하던 ‘1노 3김’ 시대도 저물었다. 한국 현대사의 이정표 같은 존재 중 한 명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보통 사람’이다. 1987년 개헌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그의 메시지는 “나 이 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였다. 특유의 목소리와 톤으로 이미지 변신을 노렸던 전략은 통했다. 야권 후보의 분열에 힘입어 36.6%의 지지로 제13대 대권을 거머쥐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언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북방외교,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12·12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수감되는 등 보통사람의 삶이 아니었다.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 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른 탓이다. 죽음의 무게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노 전 대통령 죽음은 어떤 죽음으로 다가올까. 아마도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은 아닌 것 같다.그러기엔 과오가 많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