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무속

2021-10-28     경남일보
차차웅(次次雄)은 신라 2대 임금 남해왕의 칭호다. 삼국유사에 자충(慈充)으로도 나오거니와 거서간 이사금 마립간과 더불어 초기 신라의 왕호였다. ‘次次雄’의 한어 발음은 ‘시씨옹’. 스승이란 말의 뿌리다. 지금도 무당들은 탈혼 상태에서 굿하고 점칠 때 접하는 자신의 신을 ‘시싱님’이라 한다. 최고 권력자와 스승·무당이 제정일치 시대엔 같은 말이었던 것.

▶무속론 ‘조선무속고’를 쓴 이능화는 환웅과 단군 자손이라는 집단의식에서 생성된 종교가 곧 무속이라 했다. 무속은 민족종교라는 얘기다. 유·불·도교가 수용되면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쇠퇴했지만 무속은 그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남았다고 했다. 무속을 민족종교로 본 사학자의 견해에 주목한다.

▶무당은 인간의 호소를 신에게 고하고 신의 뜻을 계시하는 영매이면서 무속 집전자다. 그들은 외래종교의 거친 핍박에도 소멸하지 않았다. 대한경신연합회와 한국역술인협회 두 무속인 단체 회원은 대략 각 30만 명. 비회원까지 어림하면 무당과 역술인은 100만 명에 이른다(가톨릭프레스 2021년 3월 11일자). 단골을 열 명씩으로만 잡아도 그 ‘신도’가 얼마인가!

▶야당 대선 예비후보 유승민은 얼마 전 경쟁자 윤석열 가족의 무속신앙 건을 집요하게 갉작댔다. 지금은 가라앉았지만 대통령 하겠다는 이의 가족이 미신 믿는 게 말이 되냐는 공격이었다. 한데 정작 유 후보 자신도 한 무속인과 오랜 연을 맺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소에 앞서 무속은 내남없이 우리네 깊숙이 들어앉아 있음을 여기서도 본다. 정치판 무속 이야기, 한 번 가십은 될지언정 길래 후빌 일이겠나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