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白馬 타고 올 超人' 대통령 후보는 있을 수 없다

이수기 (논설위원)

2021-11-08     경남일보
20대 대선 여야 후보의 혼탁한 감정싸움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에 이른 인신공격 난타전 승부 끝에 대전표가 결정, 본 게임에 들어갔다.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과, 반성보다 마냥 우기고 뻗대는 ‘뻔뻔한 궤변 대선판’이라 ‘뽑을 후보가 정말 없다’고 한탄하는 유권자도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이 별로 없는 사상 최악의 ‘사활을 건 전면전 난장판 선거’가 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방만 난무, 대표 공약이 안 보이는 막장드라마로 흘러가면서 깨끗한 인물이 없다는 한탄도 한다. ‘대선 패배는 곧 감옥행 각오’의 사즉생(死卽生)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은 볼썽사납다.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여당 후보에 유리, 자동응답(ARS)은 야당 후보에 긍정도 혼란스럽다.

여야 후보의 호감도 30%대에 ‘비호감도’가 2배인 60%대는 희망을 접었음을 뜻하는,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극적인 현실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도덕적으로 스스로 드러낸 민낯의 추한 자회상에 남 탓도 할 수 없게 됐다. 국민 평균에도 못 미치는 ‘비호감 후보’ 중 누구를 찍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싫어하는 역대급 비호감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 싫은 후보를 뽑아야 하는 나라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사상 최악의 비호감 대결’로 치닫는 이유 중 진보-보수 간 극심한 네거티브 대결로, ‘비호감’의 자극도 영향이 크다. 쏟아내는 연이은 망언·궤변·막말·실언·설화·말실수·비리의혹·‘매표공약’·공약부재·용담(冗談) 등 고질병 진흙탕 싸움의 강도가 높아진 것에 신물이 나서 절반은 아직도 찍을 후보를 못 정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 말 한마디에 국민들은 울고 웃는다. 희망을 품기도,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대통령제는 미국에서 가져온 것이나, 권력을 의회와 절반씩 나눠 갖는 것과 차이가 있다. 책임도 절반만 지고, ‘바이든 행정부·정부’라 하지 않는다. 후보가 됐으니 당선은 따놓은 당상쯤으로 착각하지만 면면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보면 차기 대통령이 과거·현재보다 나라를 더 잘 경영할 것이란 희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완벽한 리더를 찾을 수 없다면 유권자들이 만들고 키워야 한다. 훌륭한 리더, 훌륭한 대통령은 홀연히 등장하지 않고,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과거 대선은 차선이 아닌 최악을 선택했다는 말도 한다. 나라를 부흥시킬 실사구시에 충실하고 이념과 진영보다 국민 행복을 우선할 후보를 원한다.

‘극과 극의 대결’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지만 진정 나라를 구할 필요한 인재는 과연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도 있으나 ‘백마(白馬:혈통의 고결함과 젊음 상징)를 타고 올 초인(超人)의 대통령 후보는 있을 수 없다.’ 아직은 꿈을 잃거나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최적의 후보가 없을 때는 차선을, 차선이 없으면 차차선을 찾아야 한다. 병들고 부패한 세상을 살릴 수 있는 그 명약을 처방해줄 그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인재가 아니겠는가. ‘암흑시대에 민족의 밤하늘을 밝힐 초인’은 아니어도 적어도 국민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끝까지 해결에 노력해 줄 진정한 후보를 원한다. 대통령 잘못 뽑으면 국민 노릇 하기도 힘들고 서럽다. 눈을 부릅뜨고 관찰, 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스마트한 인사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적 야망에 들떠 선전 구호를 목청껏 소리치는 정치인보다 명확하게 제시하는 선거공약을 안겨주는 문제해결 지향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 국민이 고통을 당하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여러 사태는 한 번도 경험못한 세상이 끝날 때나 볼 수 있는 현상들로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내로남불’, 부동산투기와 값 폭등, ‘대장동 게이트’ 등을 보면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도 한다. 지금이라도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자화자찬에 빚만 잔뜩 떠넘기고 떠날 대통령을 뽑아선 안 된다.
 
이수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