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엔데믹, 에피데믹, 팬데믹

정영효 (논설위원)

2021-11-09     경남일보
상당수 의학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서 감기 및 독감과 같은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전 세계 인구 90~95%가 백신을 접종해 집단 면역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발병할 때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정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했다가 소멸되는 엔데믹에서 끝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처럼 에피데믹(epidemic·국지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WTO(세계보건기구) 등 세계 주요국들이 오판을 했던 것이다.

▶코로나19가 중국은 물론 인근 국가로 빠르게 확산되는 에피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또 세계로 확산되는 팬데믹 조짐이 있는데도 WTO는 에피데믹을 선포 조차 하지 않았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사스 확산 때 에피데믹을 선포, 빠른 대응을 했던 그때와 너무 대비된다. 초기 대응에 늦어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이어졌다.

▶팬데믹은 에피데믹을 넘어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것으로 WHO의 감염병 경고단계 중 최고 단계다. 지금도 지구촌에서는 수십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해도, 치료제가 개발돼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는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코로나19는 이제 주기적으로 인류를 괴롭히는 엔데믹 감염병이 되고 말았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