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남명 조식 선생

정재모 논설위원

2021-11-11     경남일보
장자는 이욕에 정신을 뺏겨 날뛰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비웃는다. 그러면서 초월적 자유의 경지에 노닐 때 사람은 비로소 참된 행복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경지에 노니는 걸 소요유(消遙遊)라고 했다. 소요유는 장자 첫 편의 편명이자 그 사상의 벼리와도 같은 문장이다. 이 편의 첫머리는 이렇다.

▶‘북녘 바다에 곤(鯤)이란 큰 물고기가 있다. 이 고기가 변하여 된 새를 붕(鵬)이라 한다. 붕이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 가득한 구름과 같다. 붕은 바다 기운이 움직여 큰 바람이 일 때 바람을 타고 남쪽 바다(남명南冥)로 날아가려 한다….’ 붕새는 그 큰 날개를 펼쳐서 세상의 끝인 남쪽 바다를 향해 날고 싶었던 거다.

▶조선 중기 때 나라엔 큰 학자 두 분이 있었다. 한 분은 안동 중심 경상좌도의 퇴계 이황, 또 한 분은 오늘날 중서부 경남에 해당하는 경상우도의 조식(曺植)이었다. 두 거유는 동갑내기로 서찰을 주고받으며 학문 교유를 했다. 벼슬했던 퇴계는 후세에 이름을 날렸으나 후학 교육에만 힘쓴 조식은 그렇지 못했다. 그 조식의 아호가 남명이었다. 장자 소요유에서 취한 것이다(칼을 찬 선비/강동욱).

▶벼슬을 마다한 남명은 스스로 붕새가 되고 싶었던 게다. 더 큰 학문 세계에 이르고 싶었으리라. 그 열망을 자호에 담은 거다. 오래 전부터 남명 연구서와 논문이 적잖이 나왔고, 지역에선 꽤 알려진 이름이건만 근년 한 설문조사에서 그 이름을 아는 이는 전국적으로 응답자의 25%에 불과하더란다. 퇴계·율곡처럼 그의 학문과 사상도 교과서에 담자는 움직임이 최근 경남도의회 등에서 일고 있다기에 반가운 마음에서 호의 내력을 한번 더터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