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ESG, 그 빛과 그림자

2021-11-14     경남일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경제계에서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올해를 ESG 확산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외쳤다. 그러나 역풍도 만만찮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론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라는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ESG 열풍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가치투자를 하는 ‘착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금융·투자기관은 친환경·사회적 공헌·수평적 의사결정 등 ESG를 기업평가의 주요항목으로 보게 됐다. 기업들도 전기·수소차, 재활용 제품 생산, 사회봉사·기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공개 등 ESG를 마케팅에 앞 다퉈 활용하고 있다.

▶ESG가 기업에 선행을 요구하는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과도한 기업규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자율이 아니라 정부가 ESG 평가 지표를 들이밀면 ESG는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90%가량이 “아직 준비 안됐다”며 ESG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ESG는 스쳐가는 변화가 아니라 ‘어차피 가야 할 길’일 수 있다. 하지만 탈 탄소 물결이 에너지 위기로 이어지고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을 간과한 이상론만으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없다. 보여주기 식 ESG가 아니라 진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