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주박물관은 이양선 박사의 뜻을 되새겨라

2021-11-21     경남일보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75호 ‘기마인물형 토기’의 출토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출토지가 김해라는 통설을 뒤엎은 것으로 국보 출토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13일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가 일본 정부에 약탈문화재를 한국에 돌려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 프랑스에서도 식민지 시절 약탈된 아프리카 문화재 26점을 130년 만에 반환했고, 직지심체요절의 한국 전시 요청에 프랑스측도 ‘압류 우려가 없다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흐름에 국립경주박물관의 태도가 비교되면서 일각에서는 반환 요구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 토기는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고 국은 이양선 박사가 도굴꾼에 의해 반출되려던 것을 안타까워해 고가로 매입한 뒤, 1986년 평생 모은 665점의 유물과 함께 경주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생전 소장 유물 중 이 토기를 가장 아꼈다는 이 박사는 “토기 매입 때 출토지를 김해 덕산으로 들었다”고 전한 것에서 기마인물형 토기의 출토지가 김해라고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김해시는 시청 정문 등 시내 곳곳에 금관가야 대표 상징물로 이 형상물을 설치하고 홍보책자에도 소개해 왔다. 특히 기마인물형 토기 반환 운동이 지난 2005년과 2010년 김해지역에서 일어났으며, 2017년 김해시의회에서도 반환 건의안을 채택해 문광부, 문화재청, 국립경주박물관 등에 보낸 바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경주박물관측이 전시 중인 이 토기의 안내판에 ‘덕산이라는 지명이 전국에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라고 적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김해를 뺀 것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안내판 설명도 지난 2017년부터 전시한 것으로 고의적으로 삭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누가 들어도 석연하지 않다. 경주박물관은 이양선 박사가 기증하면서 밝힌 “문화재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문화유산이다”고 밝힌 기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