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손돌바람, 손돌추위

정영효 (논설위원)

2021-11-22     경남일보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11월 22일)이 지났다. 대개 소설 즈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진다. 이맘때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한다. 올해도 소설이 지나자 전국은 물론 경남권도 어김없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람도 전날에 비해 세졌다. 손돌바람에 손돌추위다.

▶이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라고도 하고, 조선시대에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가 한강을 건너던 때라고도 한다. 손돌(孫乭)이라는 사공이 피난을 가는 왕을 모시고 물살이 급한 뱃길을 잡아 노를 젓는 것이었다. 물살이 세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뱃길을 잡으라고 하였지만 손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왕은 의심하여 손돌을 죽이고 말았다. 손돌은 억울했지만 죽기 전에 바가지를 하나 내놓으며 물에 띄운 바가지가 가는 길을 따라 뱃길을 잡으라고 말하였다. 물살은 점점 급해지고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손돌이 가르쳐 준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다. 바가지는 세찬 물살을 따라 흘러갔으며, 왕을 실은 배도 그 뒤를 따랐다. 무사히 뭍에 내린 왕은 그때야 비로소 손돌의 재주와 충심을 알았다.

▶내년 3월 9일 5년간 ‘대한민국호’를 끌고 나갈 사공(대통령)이 뽑힌다. 사공은 왕인 국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고 갈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세찬 비바람과 추위에 직면할 수도 있고, 억울한 일도 당할 수도 있다. 이날 선출되는 사공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손돌과 같은 재주와 충심으로 뱃길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