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전직 대통령의 죽음

한중기 (논설위원)

2021-11-24     경남일보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한 달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군부 철권 통치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었다. 한 사람은 자식을 통한 간접적 형식일지언정 반성과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지만, 한 사람은 마지막까지 한마디 반성조차 없었다.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저항하는 국민을 탄압한 이들의 말로는 늘 그렇듯 초라하다.

▶두 사람은 1980년 12·12 군사반란으로 ‘민주화의 봄’을 짓밟았고, 광주 5·18 민주항쟁을 총칼로 압살했다. 오만한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국민을 살상하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권력을 장악하고는 무자비한 폭압정치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았다. 한편으로는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퇴임 후 역사적 심판대에 올랐지만 과거 행적에 대해 반성하는 대신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일관했다. 병상의 노 전 대통령은 말년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 전 대통령은 생전 여러 차례 참회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아 공분을 샀다. 공 보다 역사적 과오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진데 반해 전 전 대통령은 국가장은 커녕 조문과 애도조차 삼가는 분위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대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데 다름 아니다. 온 국민이 존경하고 진정으로 추도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우리는 언제나 볼 수 있을까? 10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후보자들에 묻고 싶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