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딸 두고 전쟁터 나간 아빠 70년 넘어 유해로 돌아와

2010년 발굴된 6·25 전사자 김해 임호대 일병 신원 확인

2021-11-28     박준언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딸을 두고 전쟁터로 나갔던 김해가 고향인 젊은 아빠의 유해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 가족의 품의 안겼다.

국방부는 지난 2010년 5월 강원도 화천에서 유해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신원이 국군 제6사단 소속 고(故) 임호대 일병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당시 임 일병의 유해는 화천 하남면 서오지리에서 다른 세 명의 유해와 혼재된 상태로 발굴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전자(DNA) 정보를 확인하던 중 지난 2009년 시료를 채취했던 임 일병 유족(딸)의 정보와 대조·분석 끝에 고인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임 일병은 1924년 3월 김해 주촌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26살에 결혼한 임 일병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딸을 남겨두고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950년 10월 4∼8일 벌어졌던 춘천·화천 진격전 전투 중 서오지리 279고지에서 전사했다. 춘천·화천 진격전은 중부지역 38도선을 돌파한 작전으로,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인 경북 영천에서부터 춘천~화천을 거쳐 북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지역 전사(戰史) 기록을 토대로 2010년 서오지리에서 유해를 발굴해 쇄골, 상완골, 요골 등 부분 유해와 수류탄 고리, 칫솔 등 고인의 유품을 수습했다.

딸 임형덕(72)씨는 “(아버지를 찾지못해)70년 넘게 체념하고 살았는데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임 일병의 ‘호국 영웅 귀환행사’를 거행한 뒤 국립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국방부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2000년 4월 발굴 시작 이후 총 180명이다. 특히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23명의 전사자 신원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