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힘대표 일정취소 잠적…윤석열 선대위 혼란

‘패싱 논란’ 겹쳐 윤 캠프와 갈등 양상 민주당 측 “화날 만했어” 내심 편들기

2021-11-30     이홍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향후 일정을 무기한 전면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가며 당 내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8시께 이 대표의 오전 9시 언론사 포럼 참석 일정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이어 당 대표실은 오전 11시께 “금일 이후 이준석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휴대전화 전원을 끈 상태다.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45분 뒤 “^_^p”라는 이모티콘을 남겼다. ‘p’는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한 조롱의 뜻으로 해석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인 29일 초선의원들과 ‘폭탄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날 술자리가 진행되는 도중 글과 이모티콘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김종인 선대위 합류 무산,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합류, 윤석열 후보의 일정 패싱 논란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밤 이 대표 집을 찾았다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정말 직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러면 정권 교체 못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및 당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중대 결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김재원 최고위원은 “선거대책위원회를 그만둔다거나 선거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선대위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패싱 논란과 관련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비서실장이 공석이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앞으로 당 대표 예우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정책과 인물 혁신에서 국민의힘 모습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비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김종인식 정치를 구사하며 윤 후보를 너무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에 대해 “검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해오면서 정치를 잘 모른다”며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 양상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너무 예의 없는 게 아닌가”라며 “이 대표가 화날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올해 안에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윤석열 후보를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남국 의원도 “이준석 대표가 ‘그러면 여기까지다’라고 한 것은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말이어서 굉장히 갈등이 심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도 가세해 “당 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며 “벌써 자리싸움이니 참 한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 대표가)선거대책위원장을 사퇴하고 당대표로서 당만 지키는 방법도 있다. 선대위는 자기들끼리만 하라고 하고”라고 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