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농협 '조합장·상임이사' 갈등 장기화

선거 이후 3년 째 '불협화음' 경영 위기 속 “네 탓” 공방만

2021-11-30     문병기
삼천포농협이 조합장과 상임이사의 갈등이 3년 째 이어지면서 조합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과 경영부실로 인해 예식장과 사우나 등이 줄줄이 폐업하는 등 과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급기야 조합장이 자진해서 성과급 전액을 반납하고, 대의원들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상임이사의 성과연봉을 삭감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합장의 성과급 자진 반납과 상임이사의 성과급을 대의원들이 강제로 삭감한 경우는 농협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삼천포농협은 지난 24일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2022년 사업계획수지예산안’심의를 했다. 1호 안건으로 ‘임원 보수 및 실비 변상안’이 승인되면서 조합장 실비변상 및 관리 성과급도 승인됐다.

하지만 이정실 조합장은 자신의 성과급 1760만 원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되어 온 여러 곳의 사업장들이 폐장된 데다, 농협이 전체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경영진으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게 이유였다. 참석한 대의원들은 박수로 그의 결단을 축하했다.

문제는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정모 상임이사의 성과 연봉 50%를 대의원들이 강제로 삭감한 것이다.

한 대의원이 ‘조합장과의 협치는 고사하고 사사건건 반목하면서 조합 운영을 어렵게 만든 것도 모자라, 경영책임자로서 경영 성과를 못낸 상임이사의 성과 연봉 절반을 삭감하자’는 수정 동의안을 제출하자 다수가 찬성하면서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삼천포농협은 지난 2018년 조합장 선거 이후 현 조합장과 상임이사를 비롯한 임원진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선거 후유증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지금까지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한 조합원은 “이정실 조합장이 당선되자 전직 조합장을 모셨던 추종 세력들이 힘의 논리를 내세워 집단으로 반발하면서 조합장의 발목을 잡고 경영 전반에 대해 비토를 놓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정실 조합장도 “상임이사란 자리는 조합장의 독주를 견제하고 농협 전반에 대한 경영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데 진영논리로 인해 조합과 조합원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조합을 위해 노력하는 임원진이 없다는 것은 조합의 개혁이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조합원들이 이 사태를 직시하고 이제라도 채찍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모 상임이사는 “성과급 삭감은 대의원 총회에서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고 경영 책임자로서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조합장과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농협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조합장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당연히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게 상임이사의 역할이다. 조합을 위한 일이었고 특별히 잘못된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