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식량안보

정승재 (논설위원)

2021-12-07     경남일보
얼마 전 요소수 수송을 위해 공군 수송기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로로 호주를 왕복했다. 하루 평균 소비량 600t 남짓의 5%도 안되는 27t 정도를 실어 나르기 위함이었다. 돈으로 따지면 약 3000만원 어치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항공유 1억원 정도를 쓴 셈이다. 비행기관리 나 감가상각비, 인건비를 빼고다. 정부 노력 어필 의지일 것이다.

▶당장에 택배를 포함한 물류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사재기’와 같은 매점매석 현상이 감지되기도 한다. 정부는 몇 개월분의 요소수가 확보되어 있다고 공언하지만 자원확보 실상에 적지않은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국제간 ‘자원안보’ 전쟁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간과해서 안될 불안감이 스친다. 식량문제다. 생필품의 하나인 요소수보다 먹는 문제가 더 급하다. 주곡인 쌀의 자급률은 95%가 넘으니 완벽에 가깝다. 전통 주식인 쌀의 소비량 절반에 육박하는 밀은 전량에 가까운 약 200만t을 수입에 의존한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먹는 라면, 빵, 국수, 과자 등의 주원료다.

▶쌀을 포함한 전체 곡물류 자급률은 절반 정도지만 쌀을 제하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5% 미만이다. 세계 200여개국 평균 식량자급률은 1, 즉 100%가 넘는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사실상 요소수 수출금지를 단행한 것처럼, 각국이 식품원료인 곡류 교류를 중단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찔한 일이다. 한미방위조약에 근거한 유일한 군사동맹인 미국은 우리 사정을 좀 봐 줄까?
 
정승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