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46] 너 누구야? (조명 시인)

2021-12-09     경남일보


어디서 왔어?



몰라?



울지 마, 나도 기억이 안 나.

― 조명 시인의 ‘너 누구야?’



자연은 합일의 대상이며 닮고 싶은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관점은 따뜻하다. 만물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으로 각기 가치를 지니기 마련인데, 인간 또한 만물 중의 하나일 뿐이며 그 모든 것이 유기적이라는 동양적 세계관은 사람을 너그럽고 온유하게 만든다.

시인의 눈에 띈 것은 꽃봉오리가 아니다. 개미 같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처럼도 보인다. 자연 또한 사람과 다른 존재로 보지 않는 관점에 익숙한 시인의 사유 방식이다. 마치 우는 친구를 달래다 같이 울어버리는 아이 같은 심성으로 ‘울지 마, 나도 기억이 안나’라고 하다니. 작약 꽃봉오리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게 자연 상태에 이르는 일 아닌가.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