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나쁜 것, 동지 맞춰 훨훨 떠나보자

이수기 (논설위원)

2021-12-21     경남일보

 

오늘은 24절기 중 밤이 가장 긴 ‘작은 설’이라 불리는 동지(冬至)다. 양력 21일 또는 22일로 날짜가 고정되어 있지만 음력 날짜는 유동적이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있다. 동지를 기점으로 점차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기에 음(陰)의 기운이 사라지고 양(陽)의 기운이 증진된다고 ‘새로운 출발’의 말도 한다.

▶과거 동지는 재앙을 물리치고 없앤다는 의미에서 집집마다 정성스럽게 팥죽을 쑤어 가족 또는 이웃과 나눠 먹었다. 붉은 팥은 벽사(?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모든 잡귀를 쫒는데 사용됐다. 색깔이 붉은 것도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

▶2021년이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옛 어른들이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가니 한순간도 헛되이 살지 마라’는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서구화가 확산, 과거 조상의 세시풍습은 고루한 것으로 여겨 소홀히 대하면서 사실상 소멸 단계에 있어 안타깝다.

▶새해는 2년 가까이 유행한 코로나19와 작별을 고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정한 이웃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모두가 더욱 건강하고 복 많이 받기를 소원한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길목에서 어렵고 나쁜 것은 동지에 맞춰 훨훨 떠나보내고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호랑이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