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49] 기척이 살랑 (정우영 시인)

2021-12-30     경남일보


팽팽한 긴장에 설렘이 일어.

이 적요를 찢고 이내 환희는 터지리.

천지의 숨구멍에 꿈틀거리는 봄눈들.

―정우영 시인, ‘기척이 살랑’



또 다시 한파가 올 것이라고 한다. 12월 중에도 몇 번 강추위가 되풀이됐다. 기상청은 2022년 2월까지 기온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대륙성 기압 확장과 라니냐 발달이 원인라고 한다. 옛 어른들은 겨울이 추워야 이듬해 농사가 풍년 든다고 했다. 병충해가 적어 풍작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세상 만물도 혹독한 시간 뒤에 얻게 된다는 것을 자연은 말한다. 저 버들가지에 감도는 ‘설렘’과 ‘환희’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왔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봄 싹, 봄꽃이 유독 경이로운 이유이다. 코로나19 역병이 만 2년을 넘고 있다. 겨울조차 더없이 혹독하지만, ‘천지의 숨구멍에 꿈틀거리는 봄눈들’처럼 2022년의 삶이 꿈틀꿈틀 넘실넘실 풍요롭기를 소망한다. (시인·디카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