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정한 주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뽑아야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2022-01-02     경남일보




숲은 여러 나무와 풀들로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숲에서는 수많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소란스럽지 않고 금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숲을 보면 달라진 느낌을 지울 수 없죠. 그것은 숲을 바꾸려고 한 인간의 노력 이전에 숲이 스스로 그 숲의 공간을 아름답고 건강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모습입니다. 숲에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눈에 띄지 않는 풀과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야생동물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곳의 왕은 누구일까요? 멀리에서도 눈에 확 띄는 우뚝 선 소나무일까요? 품을 너르게 펼치고 그림자를 한껏 드리운 느티나무일까요? 아니면 큰 나무들을 보좌하면서 큰 나무 아래에서 넓게 자리한 관목들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숲의 구성원들이 그 자리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리를 넓게 뻗쳐 자양분이 되는 토양이 쓸려가지 않도록 해 주는 풀들일까요? 사람들이라면 키도 비슷하고 몸집도 적당히 비슷한 나무들을 심어 공평하다는 느낌이 드는 숲(인공림, 人工林)을 만들어 그것이 공평한 숲이라고 할 테지요. 그러나 자연의 천연숲은 그렇지 않아요. 큰 키 나무도 있고, 작은 키 나무도 그 아래서 평온하게 태풍이나 돌개바람을 피할 수 있는 큰 키 나무의 보호로 자라고, 그 아래 더 작은 나무들과 풀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숲을 만들죠. 그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숲이 먼 훗날까지 오래도록 살아남아 아름다운 숲을 만들죠. 그것이 천연림(天然林)으로 오늘날 아름다운 숲이라고 불리는 숲이죠.

숲에 들어보면 우람한 소나무며 느티나무며 멀리서 보아도 우뚝 솟아난 나무는 숲의 왕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벌목업자의 처지에서라면 당장 그 나무부터 베려고 할 거예요. 나무 가치가 높아 이득이 많을 테니까요. 얼마 안 있으면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떤 대통령을 뽑을까요? 무조건 큰 나무가 되고 싶은 대통령일까요? 아니면 작은 나무들과 잘 어울리면서 자연스러운 숲을 만들어가는 숲의 보통 나무 같은 대통령일까요? 필자는 숲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어요. 우선, 숲의 우두머리는 한 그루 있는 큰 나무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우점종(優占種)이라는 숲의 개념에서라면 그 숲의 중심이 되는 가장 번무하는 나무를 말하죠. 그 우점종은 그 숲의 중심에서 그 숲을 이끌어가는 나무들인데요. 이런 말이 있어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 정신’ 중 진정한 주인이라는 말은 보조자로서의 주인이라는 거죠.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 이전에 보조자 즉, 숲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주인이라는 거죠. 한 나라를 말한다면 국민을 말하는 거겠죠. 그래서 숲의 주인은 그 숲을 이루는 모든 나무와 풀들을 말하는 건데요. 숲은 그 숲을 이루는 큰 나무, 작은 나무, 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숲을 구성하고 지키고 아름답게 하거든요. 그렇다면 그 같은 숲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생각한다면 진정한 주인 정신을 지닌 후보를 선출해야겠죠.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주인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우듬지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나무라도 작은 나무, 풀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큰 나무 말이죠. 혼자 잘났다고 뻐기고 숲을 지배하려고 하는 나무 말고, 멀리서 보아 보이지 않더라도 어울려 하나 되는 나무처럼 말이죠.

그런 숲이 건강한 숲이지요. 우뚝 혼자 서 있는 나무는 어느 순간 베어 지기 십상이죠. 그런 나무를 선택한다면, 그 숲은 오래가지 못하는, 발전 가능성이 없는 숲이 되고 말아요. 우점종이라고 해도 그 우점종은 한 그루가 아니거든요. 가장 많은 개체 수와 집단의 조화가 이루어낸 종이니까요. 숲은 그래야 건강하고 오래도록 번성할 수 있는 우주가 되죠.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는 이런 조화와 진정한 주인 정신을 실천하는 분을 뽑아야겠죠. 숲에서도 그러니까요.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