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야당은 찢는 중

정재모 (논설위원)

2022-01-05     경남일보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옛날 선거 때마다 진영 내부의 분열로 패배하던 진보 쪽에서 주로 내뱉던 탄식이었다. 보수가 계속해서 권력을 잡던 시절 한국 정치판의 진리 비슷한 명제였는데 요즘엔 그 역(逆)도 참이다.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권력을 두고 공수가 뒤바뀐 오늘날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한숨 소리다.

▶요며칠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대책 난맥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내뱉는다. “거지끼리 자루 찢는군.” 조금 얻은 것 서로 더 갖겠다고 필사적으로 자루를 찢는 광경이라니! 이걸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지를 향한 안타까움이나 동정이 아니라 하나같이 조롱이다. 저들의 합심과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는 포기의 냉소일 게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는 대략 50~60%라 한다. 이들이 다 보수 지지자는 아니다.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자당 후보 지지율을 최소한 정권교체 찬성률만큼 높이는 일이다.하지만 저들은 밤낮 ‘선거 조직’ 타령이다. 쟁취 여부도 알 수 없는 떡 더 먹겠다는 암투만이 관심사인 모양새다.

▶자중지란에 선대위가 무너지고 사흘만인 오늘 새 조직 인선이 발표된다. 작금 관계자들 발언들로 미루어 그 인선 뒤끝도 썩 개운치는 않을 듯하다. 자루 찢기가 계속될 분위기인 거다. 그렇게 찢고도 찢을 게 남았다면 찢어야 하리라. 안 찢고 두면 또 찢을 일이 벌어지겠기 때문이다. 비아냥이 아니라 찢는 게 태생적 생리라면 도리 없는 일이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