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행정실 업무갈등 새해에도 물러섬 없는 대치

도교육청, 법제처에 유권해석 질의했지만 ‘반려’ 경남전교조·경남교육노조, 서명운동·집회 준비

2022-01-05     임명진
일선 학교에서 위생관리 업무 분장을 놓고 심화되고 있는 교직원간의 갈등이 새해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5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연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질의한 결과 최근 ’반려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교육청은 위드 코로나 시국에 일선 학교마다 보건업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자, 지난해 11월께 △학교보건법과 시행령이 상충되는 지, △보건교사의 직무에 학교 환경위생관리업무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법제처는 ‘법령과 시행령이 상충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법령 해석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보건교사의 직무에 학교 환경위생관리업무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다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 때문에 법령의 의미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모두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법제처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박종훈 교육감도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큰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미 경남교육청 정문 앞과 대로변에는 지난 달부터 전교조 경남지부와 경남교육청공무원노조가 서로의 입장을 담은 수십여 개의 현수막을 내걸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남교육청공무원노조는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원의 직·간접적인 업무를 전가하지 말라는 서명운동을 벌여 3279명이 동참했다. 또한 교원들의 업무거부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빠르면 이달 중으로 대규모 조합원 집회를 준비 중이다.

진영민 위원장은 “규정대로 진행하면 될 텐데, 교육청이 자꾸 학교의 교장에게만 이 문제를 넘기고 있다”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센터, 지역청으로 업무를 넘기는데 학교가 건강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 곁에서 지켜줘야 하는데 정작 지역청에 보건교사가 아닌 일반직 공무원들만 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물탱크 청소, 석면관리 등의 업무는 시설에 해당되는 내용”이며 “각종 시설관리 업무, 방역 보조인력 채용과 수당지급 등의 회계업무를 보건교사나 보건업무를 맡은 교사가 맡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앞서 전국 최초로 오는 3월부터는 한발 더 나아가 교사의 업무와 관련 없는 각종 인사 업무, 시설관리 업무, 수당 및 회계업무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김지성 정책실장은 “교사들의 업무는 법령에 의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 회계나 계약 체결, 수당 지급하는 업무는 전문성을 지닌 회계 관련 공무원들의 일”이라면서 “도교육청이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이달 중으로 농성에 들어갈 수 있다. 법제처에 교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경남교육청은 일선학교의 보건업무를 일부 지역교육청으로 넘겨 학교의 업무총량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