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코로나 시대의 점심

정재모 (논설위원)

2022-01-06     경남일보
‘점심’은 중국 송나라 한세충의 아내 양홍옥 고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녀는 종종 만두를 빚어 군의 장수인 남편 휘하 병사들에게 나눠 먹였는데 턱없이 모자랄 때도 있었다. 하여 아주 적은 양만 나눠 주게 될 때 그녀는 “양에 차지 않겠으나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시라”고 했단다. 낮에 먹는 식사, 점심의 어원설 몇 가지 중의 하나다.

▶점심은 정식(定食) 전에 빈속에 점을 찍듯 먹는 간식을 이르는 말로 본디 불교 쪽 용어라는 설도 있다(우리말 어원, 조항범). 유래가 송나라 명장의 아내 고사이건 불교 용어이건 옛날 점심은 흡족하게 배불리 먹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중화요리 딤섬도 점심의 한어 발음 ‘덴선’의 변음이거니와 식사 전에 조금 나오는 음식을 이른다.

▶요즘 직장인들이 점심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방역패스 시행이 낳은 문제로, 홀로 먹어야 하는 경우도 흔한 모양이다. 백신접종 유효기간이 지난 줄을 모르고 식당에 갔다가 방역패스 규정에 걸려 입장을 못하고 문전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낭패스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행에서 떨어져 나오면 하릴없이 홀로 편도식(편의점 도시락 식사)으로 때워야 한단다. 아예 먹는 걸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그야말로 마음의 점 찍기로 만족해야 할 판이다. 오늘날의 점심은 ‘마음의 점’이 아니라 어엿한 정식으로 자리잡았는데, 그걸 잃는 운 나쁜 일진이 흔하디 흔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이래저래 고통을 주는 일이 참 많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