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이미지 정치

2022-01-09     이홍구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인간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논리적 사상 체계가 아니라 단지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라고 했다. 이미지와 암시는 대중매체와 결합될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정치에서 이미지는 설득과 선동의 핵심 영역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탈모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을 공언하며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소셜미디어에 패러디가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전기차 충전요금 공약’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 직접 출연, 소화제 광고를 패러디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59초 쇼츠 공약’ 영상물에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동반출연했다. ‘석열씨의 심쿵약속’ ‘공약위키의 AI 윤석열’ 등 스마트폰 환경을 고려한 대선공약 콘텐츠도 눈에 띈다.

▶선거에서 투표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정치인이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통해 감성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벤트 전문가 탁현민을 내치지 않고 곁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과 비전없이 피상적인 이미지로 포장만 그럴듯하게 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은 어느때보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선거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