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용기와 정의는 짝을 이루어야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 청렴 및 학부모교육 강사

2022-01-10     경남일보


어떤 왕이 사냥을 무척 좋아했는데 노루들이 불안해서 견디다 못해 노루 왕이 인간 왕과 협상을 했다. 한 달에 한 마리씩 노루를 바칠 테니까 노루 사냥을 금해달라고.. 협상은 잘 이뤄졌는데 한 번은 암노루가 뽑혀 눈물을 죽죽 흘리니 노루 왕이 까닭을 물었다. “제가 죽는 것은 원통하지 않은데 제 배 속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누가 대신 가 주십시오” 노루 왕이 암노루를 대신할 노루를 찾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할 수 없이 노루 왕이 암노루 대신 갔다

인간 왕은 자기에게 나타난 노루 왕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이번에는 네가 제비 뽑혔느냐”, “아닙니다. 암노루를 대신해 왔습니다”. “아니, 너는 왕이 아니냐.” “왕이니까 왔지요. 백성들의 목숨을 지키는 게 왕의 도리 아닙니까” 이 말에 인간 왕이 크게 깨달음을 얻고 노루사냥을 그만뒀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 여러명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인다. 그 중에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언론에 조명이라도 받아보자고 나오는 이도 있다. 아무리 봐도 예나 지금이나 노루 왕은 찾기가 힘들다

맹수는 길들이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길들이기 어렵고 골짜기는 채워도 사람의 마음을 채우긴 어렵다. 선거철 때만 우리 국민은 대접받고 끝나면 궁민이 된다. 그처럼 허리 숙여 읍소하던 그들의 가슴에 금뺏지를 붙이는 순간 오만은 하늘을 찌르고 건방과 안하무인은 땅을 가른다. 진정한 왕은 백성들 위에 군림해서 권세를 휘두르는 이가 아니라 백성들 대신 목숨까지 내던지는 이가 진정한 왕이다.

용기는 정의와 반드시 짝을 이뤄야 한다. 정당성이 뒤따르지 않고 용기만 앞세우면 파괴을 위한 파괴로, 또 다른 부패를 낳는다. 누구를 위한 개혁과 변화인가?

통일제국 진나라가 27개월 만에 무너진 이유가 바로 ‘옹폐지 상국야’라 쓴소리에 귀를 막고 민심의 흐름에 역행한 결과다. 미국의 냉전 역사가 존루이스 개디스는 “역사는 차의 백미러와 같아 뒤만 보고 달리면 도랑에 빠진다. 거울은 단지 자신이 어디서 왔고 누가 추월할지 가르쳐 줄 뿐이다”라 했다

전 대통령 노무현은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지도자는 말로 하며 제왕은 말이 필요없다’했다. 검(劍)의 최고 경지는 상대를 단칼에 베는게 아니라 포용이란걸 언제 위정자들이 깨닫을런지…, 잠깐의 통쾌함으로 백일의 근심과 맞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