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진주목걸이 (김정미)

2022-01-16     경남일보

 

진주목걸이 (김정미)



눈물은 조개를 만나야 진주가 된다지

몇 개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 찬란한 죽음의 채굴을 못 본 체할 참이야



혼잣말이 넘실대는 파도의 결은

결국,내가 흘러갈 곳이므로



슬픔이나 눈물은 침묵이어서

맑은 것들은 자주 얼룩이 지곤 해서

흐린 날에도

목에 걸 예쁜 목걸이가 필요하지



바다가 울어야

조개도 여분의 상처를 갖게 된다지

그 침묵에 갇힌 흉터를

누군가는 슬픔의 내공이라 했지



쉿,

계속 발굴되는 그 슬픔을 어떻게 모른 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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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에 주입된 이물질이나 상처를 체액으로 감싼 것이 진주다

시간을 두고 부피가 커지면서 윤택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픔을 감싼 눈물이 값지기 때문이다.

넘실대는 파도 아래의 펄밭에서 상처를 움켜쥐고 인내를 덧씌우며 키워온 고통의 부피는

그래서 더욱 거룩하고 찬란하다.

침묵으로 버틴 슬픔 같은 것. 얼룩을 지운 맑은 눈물 같은 것,

그것들이 두께를 더해가며 견디는 내공은 보석이 되어가고 값져 가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흔들리고 있다, 모두의 가슴에 상처를 채굴하고 있다.

오직 이 시대의 해법은 견디는 것. 기대와 탄식을 교차해가며 울음을 감당하는 것, 나무의 상처가 옹이가 되어 더욱 단단해지는 것 처럼 지금은 야물어지는 슬기를 익혀야 하는 시간,

하여, 시대의 통증이 머지않아 보석이 되어 모두의 가슴에 훈장처럼

빛나는 그런 날을 기다리는 것.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