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53] 설

2022-01-27     경남일보
 



어저께는 까치설이어서 늦가을에 홍시를 보냈습니다
며칠 뒤인 우리 우리 설날엔 마음을 빚었습니다
황금향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세상 가득 채웠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당신에게로 갑니다
    -최광임 시인, ‘설’



설 전날, 그러니까 섣달그믐을 작은 설이라고 한다. 우리는 작은 설보다 까치설이라고 부르는데 유래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까치색동저고리, 까치발, 까치고개, 까치산 등과 같은 말도 실제로 까치와 결부되어 있지는 않다. 작은 남자아이가 입는 설빔, 작은 발, 작은 규모 등의 의미이다. 다만, 까치는 우리 민족이 지혜와 부지런함, 부자, 벼슬, 치병, 만남, 보은 등을 상징하는 길조로 여긴다는 점과 설날이 지향하는 의미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보는 정도이다.

설 풍속의 의미는 새로 시작하는 해도 오로지 잘 살게 해달라는, 잘 살겠다는 바람의 응축 하나라고 본다. ‘잘 살겠다’라는 포괄적 의미 중의 하나를 꼽는다면 ‘둥글게’라는 형용일 것이다. 설날을 시작으로 하여 내게 주어진 한 해를 부디 둥글게 둥글게 형용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두듯 우리 사회에 작은(약한)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한 해이기를 바란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