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봉이 김선달 파장

2022-01-27     경남일보
김 선달이 장 구경을 하던 중 닭전에서 깃털이 화려하고 꼬리가 긴 닭 한 마리를 보았다. 주인에게 그 닭이 ‘봉(鳳)’이냐고 물었다. 주인이 고개를 가로젓는데도 김 선달은 덜떨어진 사람인 체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서 물었다. 귀찮아진 닭장수가 결국 봉이라고 해버렸다. 김 선달이 당장 후한 값으로 닭을 사서 고을 사또에게 봉이라며 바쳤다.

▶볼기를 흠씬 맞은 김 선달이 ‘닭장수가 날 속였을 뿐 내가 원님을 기인 건 아니다’고 했다. 도리없이 죄를 뒤집어쓴 닭장수에게 김 선달은 볼기 맞은 값까지 쳐서 배상금을 듬뿍 받아냈다. 그로부터 그는 본명과 선달 호칭 대신에 ‘봉이’라고 불렸다. 널리 다 아는 봉이 김 선달 민담의 대표적 소화 한 편이다.

▶대동강물을 물장수들에게 팔아먹고, 기막힌 요설로 꾸민 숱한 일화는 사람들을 웃긴다. 하지만 ‘봉이 김 선달’이란 이름은 우리네 정서 속엔 사기꾼이란 인식이 굳어져 있다. 그렇게 불리는 누군가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여당 한 국회의원이 입산자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해인사더러 봉이 김선달이라고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주 서울 조계사에 전국의 스님과 불교 신도 5000여 명이 모여 발언 규탄대회를 가졌다. 그러자 대선 밑에 큰일났다 싶은 민주당이 사과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사태가 가라앉았는지는 알 수 없다. 대회에선 대통령 사과까지 촉구했다. 봉이 김선달이란 말 하나 때문일까. 불교는 그동안 대통령과 이 정권에 맺힌 게 많았던가 보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