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55] 감언이설 (최경숙 시인)

2022-02-17     경남일보



저 달콤한 입술

비집고 나온

속내 좀 보게나



-최경숙 디카시인, ‘감언이설’





당나라 이임보는 학식이 풍부하거나 애국심(충성심)이 큰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재상이 된 그는 현종의 신임을 배경으로 전권을 쥐고 조정의 기강을 흔들었다. 제 뜻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함하여 내쫓거나 죽였다. 백성들의 충언이나 간언도 황제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언로를 차단했다. 그는 성격이 음험하고 정치적 수완과 모함에 능했다. 그 때문에 뒷날 안사의 난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었고 당을 쇠퇴의 길로 이끈 주역이 되었다. 역사는 자손들을 유배하였으며 이임보를 부관참시하는 것으로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 지금처럼 감언이설이 판치는 시기도 드물다. 정치적 경험도 철학도 애민 사상도 없는 이가 있다. 더더욱이 시대 의식도 전무하여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고 또 바뀌어 가는 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전근대적 의식을 가진 이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저 붉은 바탕에 숨겨둔 검은 씨앗의 정체를 잘 살필 일이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