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자존심 구긴 ‘김치종주국’

2022-02-27     강동현
며칠 전 국내 유명 식품업체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공장에서 불량한 상태의 배추와 무로 김치를 제조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의 한 김치공장에서 쉰내가 나고 속이 검게 썩어 변질된 배추와 무 등 불량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공익제보자의 신고로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식품의약안전처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업계에 따르면 이 김치업체는 설립된 지 30년이 넘고 연매출은 5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이곳에서 제조된 김치는 국내 판매 및 급식업체 납품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되고 있다. 게다가 업체의 대표는 지난 2007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29호로 선정됐으며 ‘김치명인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다고 하니 뒷맛이 씁쓸하다.

▶김치는 한반도에서 발달한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이처럼 김치는 시대를 초월한 한국인의 소울푸드이다. 하지만 이번 불량김치 파동으로 김치종주국인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중국까지 한국의 김치를 자국 문화에 편입시키기 위해 김치종주국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국민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불량김치 파동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결과,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업체 대표의 식품명인 자격박탈도 두말할 것 없다. 이참에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을 때 혹독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강동현 지역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