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인류의 공적(公敵)

변옥윤 (논설위원)

2022-03-02     경남일보
‘동이 트는 오늘 새벽, 어젯밤 우리가 석양 빛 속에서 보았던 깃발을 자랑스럽게 본다’.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첫 대목이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에즈는 ‘적들의 더러운 피로 밭고랑을 적시자’라는 대목이 있다. 전쟁을 경험한 나라의 국가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 요즘이다.

▶글로벌 시대, 지구촌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지금 러시아의 침략 전쟁은 그 양상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전 세계인이 전쟁의 참상에 즉각 반응하고 침략자에게는 비난을, 약자에게는 즉각적인 성원을 보낸다. 그 결과는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을 안겨준 반면 우크라이나에게는 지구촌 지원이 줄을 잇는다. 러시아는 고립무원, 잃은 것이 더 많은 전쟁이 될 것 같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공급과 경제지원을, 우리나라도 민관 할것없이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스포츠, 문화, 정치외교 등 전 분야에서 러시아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스위스은행은 13조원에 달하는 푸틴의 계좌를 동결했고 ‘뱅크 런’의 러시도 심상찮다. 실시간 여론도 러시아를 지구촌의 이단아로 정죄하고 있다.

▶전쟁이 군사력이 아닌 다른 제재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작 전쟁의 장본인 푸틴은 ‘오만증후군’환자로 치부하는 극한의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제재는 더 무섭다. 영세중립의 스위스계좌 동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의 김정은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전쟁 도발은 이제 전인류의 공적(公敵)이 됐다. 더 이상 명예로운 침공은 없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