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57] 생 (이태관 시인)

2022-03-03     경남일보
 


산이 헐거워갈수록

그리움은 깊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비울수록 맑게 차오르는

그대가 내겐 그렇다



-이태관 시인의 ‘생’





‘그리움은 손끝에 머물던 바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마음을 닫아건다는 것. 품고 있는 마음들로 생이 변해가듯 품고 있는 생각들이 글이 된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스스로 반문하며 사진을 본다. 그래, 내게도 그리움과 회한,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수많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구나.’

디카시 ‘생’을 쓴 시인의 말이다. 산이 헐거워지거나, 비우는 일이란 결국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으라는 신호일 테다. 그리움의 수만큼 ‘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라고 본다. 시인은 그 작업을 ‘하나하나 보듬고 풀어내는 일이 디카시를 쓰는 일임에야. 그 그리움 속으로 조금 더 침잠해야겠다’라고 한다. 그렇다. 디카시를 쓰는 것은 내 삶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