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투표합시다

정재모 (논설위원)

2022-03-08     경남일보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한번도 못 본 태양 모양이 궁금해 묻자 어떤 이가 ‘구리 쟁반처럼 둥글다’고 했다. 이에 쟁반을 두드려 그 소리를 듣고 그게 해인 줄 알았다. 또 어떤 이가 태양빛이 촛불 같다고 하자 초를 만져본 뒤 피리를 쥐었을 때 그걸 태양이라 여겼다. 소동파가 일유(日喩)라는 글에서 사용한 비유다. 무엇을 함부로 추측하여 잘못 판단하는 일을 이르는 구반문촉(구盤문燭)이란 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대선 사전 투표율이 놀랍도록 높았다. 특히 호남 3개 시·도는 50% 안팎이었다. 영남 5개 시·도 역시 꽤 높았지만 모두 전국 평균 아래로 비교적 낮았다. 이걸 두고 여야 입씨름이 분분하다. 맹인 코끼리 만지듯, 제논에 물 대듯 하는 분석이 그야말로 구반문촉이다.

▶단일화 역풍이네 순풍이네, 정권교체 열정이네, 정치교체 바람이네, 우리가 이겼네 어쩌네…. 저들의 분석이 다들 그럴듯해 보통 사람들로서는 정답 고를 재간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 오늘 오후 7시 반이면 방송사들의 출구조사가 터진다. 그 내용은 실제 개표 결과에 거의 근접할 거다.

▶선거일이 밝았다. 사전 투표율 높은 지역 표도 아직 절반쯤 살아 있다. 오늘 응당 던져야 할 표다. 사전 투표율 낮은 쪽도 투표는 시민된 도리다. 피차간 구반문촉식 분석이 얼마나 맞을지, 또 틀린 쪽이 코 싸매는 표정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터. 여세를 몰아 이번 투표율이 한번도 경험 못한 90%쯤 되면 좋겠다. ‘투표합시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