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재모 (논설위원)

2022-03-17     경남일보
다윗 왕이 어떤 전쟁에서 이긴 뒤 승전의 기쁨을 오래 기억할 반지를 만들게 했다. 다윗은 “만들되 거기에 내가 환희를 주체 못할 때 그것을 제어할 만한 글귀를 새겨라. 또한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하리라”고 했다. 참으로 지혜가 무엇인지 아는 이의 생각이었다. 그런 사람이니 과연 지혜의 왕 솔로몬을 낳을 만도 했겠다 싶다.

▶솔로몬이 부왕의 반지에 새겨넣은 말이 2천 년 넘게 명언으로 전해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다. 현재의 부(富)나 권력에 취해 있는 자에겐 엄중한 잠언이자 역경에 처한 이에겐 힘이 되는 금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힘든 이에겐 시간이 약이란 말이며, 잘나가는 축들에겐 세상만사 덧없으니 겸손하란 소리다.

▶대선이 근소한 표차로 결판난 지 1주일도 더 지났다. 패배한 진영 상당수 사람들은 여전히 충격과 절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상대 진영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이 여과없이 표출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승리한 쪽에서도 곳곳에서 교만한 낯빛, 국민 염장지르는 소리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소중한 것들을 네게서 앗아갈 때면 /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ㅡ이 또한 지나가리라 // 행운이 네게 미소 짓고 / 나날이 환희로 가득 차 있을 때면 / 기쁨에 젖어 방탕하지 않도록 / 이 말 가슴에 품어라/ ㅡ이 또한 지나가리라’(스미스 윌슨). 대선이 남긴 절망감과 승리감은 이쯤에서 접고 차분히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아닐까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