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우럭(서수찬)

2022-03-20     경남일보

 



되는 일이 없을 때

앞이 한 치도 안 보일 때

바닥을 치기만을

바랄 때가 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바닥이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닥이 늘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 하지 마라

그건 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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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서 건져진 우럭(魚) 한 마리가 바닥을 치며 요란하다.

그에게는 이 순간이 마지막 몸부림이며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푸른 꿈을 나누던 한 시절이 물결처럼 뇌리에 스치고

미로를 벗어나지 못해 삶의 그물에 žZ여 버둥대는 마지막은 자책의 고통일 것이다.

한계에 부딪히고 반등을 노리는 요행은 누구에게나 희망이지만 저 우럭처럼.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의 이 순간의 격려는 조롱일 수도 있다.

저 바닥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곳이기에 위험한 곳이다.

혁명은 언제나 저기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논리나 철학도 합당한 답을 주지 못한다.

앙다문 조개의 주둥이처럼 닫힌 세상에서 저항은 다 죄가 아니다.

우럭 한 마리의 처절한 환경을 치환하여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話者)의 재치가 여러 갈래로 읽히는 건 이 시대의 아픔 때문일까.

순명(順命)을 기대하며 바닥의 울림이 큰 북이 되기를 새겨본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