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용병(傭兵)

변옥윤 (논설위원)

2022-03-21     경남일보
스위스 용병은 원래 지역을 지키는 민병대였다. 중앙정부의 느슨한 통치체제에서 지역마다 민병대를 훈련시켜 영토를 지킨데서 비롯됐다. 이들은 전쟁이 있는 유럽 각국에 용병으로 참전, 외화벌이로 나라를 부강시키는 초석이 됐다. 중세 합스부르크왕조와의 싸움, 백년전쟁과 부르고뉴전쟁에서 그들의 용맹성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태리 도시국가도 용병들의 직장이었다.

▶오늘날 스위스가 은행과 국제기구, 시계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것은 용병의 불퇴전과 신용, 용맹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위스 용병은 지금도 로마교황청을 지키고 있다. 전쟁이 잦았던 프랑스의 외인부대는 세계 각국의 용병들로 구성돼 있다. 5년 만기 복무 후에는 프랑스 국적을 부여하는 혜택을 준다. 분쟁지역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군대가 외인부대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는 수천명의 용병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그들의 활약상이 전세계에 전달돼 의용군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군대 파견 대신 앞다퉈 용병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군 대위 출신 이근씨를 비롯한 9명 정도가 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에 밀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6.7%가 이들의 행동이 정의롭다는 반응이었다. 파병을 꺼리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용병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용병을 훈련시켜 파병하는 전문에이전트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