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효율적인 고전의 탐독이 필요하다

강신웅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2022-03-22     경남일보


장기간의 질병과 자연재난의 악순환 속에서 인간의 절대적 무능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최후의 종말적인 그런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전대(前代) 선각자들이 남긴 고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고전의 기본적인 철학 성과 체계를 독파(讀破)함으로써, 향후 긴 시간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전의 중요성과 그 탐독(耽讀)방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기술해보기로 한다. 고전의 문자적인 의미는 ‘옛 기록이지만 현재에 사는 모든 이에게 큰 감동과 지식을 줄 수 있는 모범적인 기록’이라는 뜻이다.

고전을 읽는 것은 모래를 걸러서 금싸라기를 가려내는 것과 비슷하다. 모래는 많고 금은 소량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원료로써 다룬다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아주 쓸모없는 서적이나 어구(語句)라고 생각되는 것도 크게 쓸 데가 있다. 어찌 금싸라기만이 소용이 있다고 할 것인가,

그리하여 보다 구체적인 관련 독서방법을 묻는다면 필자는 ‘초록(抄錄)’이나 혹은 ‘필기(筆記)’를 권하고 싶다. 종종 한 명저(名著)를 읽을 때 작가가 그토록 해박하게 인용하고 그토록 세밀하게 분석한 것을 보고 경탄을 금지 못한다. 이들은 대개 무수한 노트나 카드를 갖고 책을 읽다가 쓸 만한 자료를 발견하면 곧장 그 자리에서 초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점을 적어두고 서명(書名)과 권수와 면수를 적어둔다. 그리고 자료가 쌓이면 다시 일정한 관점에서 정리 분석해 한 편의 저술을 이뤄 놓는 것이다. 동 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표본 채집을 게을리 하고서 어찌 새로운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또한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최초의 계기는 모든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있다. 책을 초록하는 것은 곧 주의를 환기하고 계속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책을 읽다가 주의할 만한 자료라고 판단될 때 즉시 기록해 둔다면 그 자료는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 제 2의 자료와 부딪히게 되면 또 기록해둔다. 그러면 그 주의점은 한층 감명이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몇 번 하고 나면 그 이후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그것과 관계있는 자료는 항상 책상 위에 살아있는 물건처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찾아낼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요즘에는 예측할 수 없는 장기간의 질병과 자연재난의 악순환에 자주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대인들이 오랫동안 실천해왔던 지혜로운 행동규범인 고전을 자주 읽는 것이다. 그것도 가능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읽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