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의 디카시 행진 61] 이별 후에 (권선희 시인)

2022-03-31     경남일보


후동 댁 작사/작곡



미파솔미 파레미 솔파레

사랑했다 야속한 사람아



-권선희 시인의 ‘이별 후에’



후동 댁도 ‘망할 놈의 영감’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겠다. 좀 살만해져서 타박해도 서운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는데 떠나버렸나 보다. 영감과 옥신각신 오순도순 건정이 되도록 살고 싶었을 것임에랴.

좋아할수록 기대가 크고 바람이 많아 서운한 것이 쌓이기 마련이다. 어른들은 그것을 ‘포원 졌다’,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원이 크면 소원도 큰 법인지, 원한을 소원과 같은 의미로 썼다.

포구의 삶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일이겠으나, 후동 댁은 흥 하나로 살아왔다. 갓 올라온 쥐치를 손질하다 안주로 좋아하던 영감이 생각났으리라. 나오는 대로 음계를 흥얼거리다 훅 치받쳐 오는 사랑이라니.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