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청명 즈음 농촌 풍경

변옥윤 (논설위원)

2022-04-04     경남일보
“3월은 늦은 봄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벌 나비 분주히 날고….” 농가월령가 3월령은 춘경(春耕)을 노래하고 있다. 오늘이 청명이니 이날부터 본격적인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어촌도 하늘을 보며 그 해의 풍어를 짐작한다.

▶개울가 밭에는 기장 조, 산밭에는 콩 팥을, 들깨 모종 일찍 뿌리고 삼밭 보리밭 갈아놓고, 논에 물대고, 볍씨 모종하고, 울타리 밑에 호박, 처마 근처에 박심고, 무 배추 아욱 상추 고추 가지 파 심기에 바쁘다. 누에치기 준비에 과일나무 접도 붙이고 장도 담궈야 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어쩌랴. 누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노. 늙어 허리 굽고 온몸 성한데 없어 병원가기 바쁜데. 저들 살기도 바쁜데 자식들 불러들이기도 쉽잖고 논농사는 농협에, 영농회사에 맡겼지만 사래 긴 밭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놀리면 금새 묵정밭 되기 일쑤이니.

▶정부는 올해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도 모자라 도시 유휴인력을 이용한다. 일당 9만원에 웃돈까지 얹으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각 시·군마다 농가인력중개센터를 열고 일손돕기창구를 마련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코로나 열풍으로 한산하다. 당연히 농산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농산물이 주도하는 장바구니물가에 도시서민들도 울상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농촌체험을 빌미로 유인하지만 그마저 쉽지않다. 초고령화로의 빠른 전이와 도시소멸의 위기에 빠진 농촌지역 청명 즈음의 풍경이다.
 
변옥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