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운흥사 대형불화서 고대 인도문자 확인

문화재청, 150자 이상 기록 추정

2022-04-04     연합뉴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고성의 대형불화 ‘운흥사 괘불탱’에 고대 인도문자인 ‘범자’(梵字) 150여 개가 그려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괘불(掛佛)은 영산재나 수륙재 같은 대규모 야외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불화다. 길이가 10m 안팎에 이르는 커다란 삼베나 비단에 부처를 그렸으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불교 문화재로 꼽힌다. 문화재청은 4일 발간 사실을 알린 ‘운흥사 괘불탱 및 궤’ 조사 보고서에서 “일부 탈락하거나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글자를 포함해 범자 150자 이상이 불화 화면에 적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범자는 불화 앞쪽 인물의 머리, 미간, 눈 위, 눈동자, 눈 아래, 입술, 가슴, 배, 다리 등 곳곳에 기록됐다. 뒤쪽에서도 범자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존상(尊像·지위가 높고 귀한 형상)신체에 범자를 적는 것은 점필(點筆)과 관련이 있다”며 “점필은 새롭게 조성된 불보살을 예배의 대상으로 높이고, 불보(佛寶)로 거듭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화면 곳곳에 범자를 그린 또 다른 사례로는 전북 부안 ‘개암사 괘불탱’이 있다. 이 불화에서도 미간, 눈동자, 목, 가슴, 어깨, 무릎, 발 등에서 범자 118개가 발견됐다.

조사단은 운흥사 괘불탱을 감싼 가로 8.7m, 세로 1.7m인 직물이 탁의(卓衣)라는 사실도 찾아냈다. 탁의는 사찰에서 대형 행사 때 불단이나 탁자를 덮는 물품이다. 운흥사 탁의는 본래 야외 의식에 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운흥사 괘불탱은 조선 영조 6년인 1730년 승려화가 의겸 등이 그렸다. 신체 비례가 적당한 인물 형태, 조화롭고 밝은 색채, 화려하고 다양한 문양, 중심인물을 돋보이게 한 배치 등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성보문화재연구원, 국립문화재연구원,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2015년부터 ‘대형불화 정밀조사’ 사업을 진행해 바탕 직물, 안료 정보와 실측 결과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년 대형불화 6건을 조사해 2030년까지 전국 대형불화 정보를 집대성할 계획”이라며 “발간 보고서는 문화재청 누리집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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